나/우리의 기억은 시대사적 기억이다!
경북대 사회학과가 60주년, ‘큰 생일’을 맞아『우리의 기억, 시대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기념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이런 류의 책은 크고 두꺼운 외양과 딱딱한 내용을 특징으로 하며, 읽히기보다는 꽂히는 것을 그 주요 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책은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서 이 책은 처음부터 읽히는 책, 읽고 싶은 책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습니다.
사실 어떤 개인의 기억도, 어떤 집단의 기억도 그들‘만’의 기억일 수 없지요. 때문에 우리가 어떤 한 개인의 인생을 보편사적 시선에서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일 겝니다. 경북대 사회학과라는 특정 대학 특정한 과의 기억도 마찬가지라 믿었습니다. 하여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책의 내용도 ‘학과 구성원들의 일상을 문화적으로 복원’한다는 사소한, 그러나 거창한 목적을 갖고 구성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과방에 남아있는 손때 묻은 일지, 드높은 이상을 토로하던 학회, 동기와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을 확인했던 엠티,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 함께 부르던 과가(科歌)에 대한 기억부터 이 나라 민주화운동의 한 중심에 서있던 기억까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자연스레 ‘시대의 기억’으로 연결되어 흘러갑니다.
누군가 자신의 지난 발자취를 자랑스럽게 기억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리라 믿습니다. 그 반대도 성립할 테지요. 오늘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나온 길을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아프고 힘들고 부끄러웠던 기억까지도 말입니다. 이 책은 경북대 사회학과 구성원들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대학시절을 보냈습니까? 당신은 어떤 청춘입니까?
지난날의 기억이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단순한 추억을 넘어 우리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한다면, 그리고 그 뛰는 가슴이 오늘의 열정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특별하고도 좋은 일이겠습니까?
‘일상의 문화적 복원 작업’이자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의 일환이었던 이 작은 책자가 모쪼록 경북대 사회학과라는 울타리를 넘어 보편적 울림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천선영 교수
(사회대 사회)